일간 IT 뉴스

[5월 22일 IT/주가] 미국 정부, 양자컴퓨팅 9개사에 2조 8천억 투자 — CHIPS법 자금과 지분 취득으로 본격화된 '퀀텀 패권 전쟁'과 국내 수혜주

DuneK 2026. 5. 22. 06:30

정부가 VC가 됐다 — 보조금이 아니라 지분을 산다

미국 정부가 양자컴퓨팅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건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발표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는 5월 21일(현지시간) 양자컴퓨팅 기술을 개발 중인 9개 기업에 총 20억 달러(약 2조 8천억 원)의 CHIPS법 자금을 지원하는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번 지원에는 단순 보조금이 아닌 미국 정부의 지분 취득이 포함된다. 전통적인 정부 연구보조금 방식 대신 지분 투자 구조를 택한 것은, 해당 기업들이 성장할 경우 납세자가 수익을 공유하는 소버린 웰스 펀드형 접근에 가깝다.

미국 표준기술연구소(NIST)는 각 기업에 대해 소수 비지배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의 투자의향서(LOI)에 서명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국가가 기술 스타트업의 주주로 올라서는 방식은 미국에서도 이례적인 선례다. 시장이 이 뉴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지원 규모 때문이 아니다. 중국과의 양자기술 패권 경쟁이 반도체 전쟁에 이어 새로운 전선으로 본격화됐다는 구조적 신호이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팅은 지금 어느 단계인가

양자컴퓨팅은 '곧 상용화된다'는 말이 10년째 반복된 기술이다. 이번 투자를 제대로 해석하려면 현재 기술 성숙도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

현재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기술적 장벽은 '오류율'이다. 큐비트는 외부 환경에 극도로 민감해 연산 중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결함허용(fault-tolerant) 양자컴퓨팅'이 상용화의 핵심 관문이다. IBM은 2029년을 대규모 결함허용 양자컴퓨터의 상업용 배치 목표 시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20억 달러의 핵심은 IBM에 대한 10억 달러 지원이며, 그 용도가 명확하다. 미국 상무부와 IBM은 세계 최초의 양자칩 전용 파운드리 'Anderon' 설립을 공동 발표했다. IBM 역시 10억 달러 현금을 직접 투입하며, 이 시설은 전 세계 양자 웨이퍼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양자 연산에 필요한 칩은 기존 반도체 제조 공정과 완전히 다른 프로세스를 요구하는데, 현재 이를 전문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은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Anderon이 완공되면, 미국은 양자칩 제조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구조적 우위를 선점하게 된다.

이번 지원 대상에는 IBM과 GlobalFoundries(3억 7,500만 달러) 외에도 D-Wave Quantum, Rigetti Computing, Infleqtion, Atom Computing, PsiQuantum, Quantinuum, Diraq가 포함됐다. 트랩이온, 초전도 큐비트, 광자 기반 등 서로 다른 기술 방식의 기업들을 동시에 지원하는 구조는, 어느 한 방식이 최종 승자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반영한다.

 

글로벌 급등과 국내 수혜 구조

미국 시장: 관련주 일제 급등

5월 21일 뉴욕 장중 D-Wave Quantum(QBTS)은 25%, Rigetti Computing(RGTI)은 24%, IonQ(IONQ)는 10%, Quantum Computing Inc.(QUBT)은 14% 급등했다. IBM 역시 7% 상승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주가 반응의 구조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 불과 3거래일 전인 5월 18일 월요일에 IonQ는 8%, D-Wave는 9%, Rigetti는 10% 하락했다. 이번 급등은 그 낙폭을 되돌린 흐름에 가까우며, 퀀텀 섹터는 시장에서 개별 기업 펀더멘털이 아닌 하나의 감성 바스켓으로 거래되는 경향이 강하다. 뉴스 하나에 섹터 전체가 같이 오르고 같이 빠지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점은 투자자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리스크다.

그중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종목은 IonQ다. IonQ는 2026년 1분기 매출 6,467만 달러로 전년 대비 755% 성장했으며, 연간 가이던스를 2억 6,000만~2억 7,000만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나머지 소형 퀀텀 기업들은 아직 매출 규모가 수백만 달러 수준에 불과하며, 정부 지원이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 시장: 양자 암호통신 라인업이 반응할 구간

국내 양자컴퓨팅 관련주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양자 하드웨어 원천기술보다는 양자 암호통신 인프라에 집중된 구조다.

SK텔레콤은 퀀텀테크랩을 통해 양자 암호 통신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드림시큐리티는 양자키 분배 및 포스트 양자 암호 알고리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쏠리드와 코위버는 각각 광전송 장비에 양자 암호화 기술을 적용 중이고, 우리로는 단일 광자 검출기(SPAD) 개발과 양자 암호키 신호 검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국내 기업의 공통점은 '양자 암호통신' 테마에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퀀텀 패권 경쟁 가속화는 국내 정부의 양자 인프라 투자 확대 명분을 강화하고, 이것이 국내 관련 기업들의 수주 기대감으로 연결되는 간접 수혜 구조다. 직접적인 실적 영향보다는 테마 수급성이 주도하는 섹터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투자자를 위한 전망과 대응 전략

이번 발표의 진짜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 미국이 양자컴퓨팅을 반도체와 동급의 국가 안보 자산으로 공식 분류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양자기술에 120억 달러 이상의 국가 자금을 투입했으며,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2025년 세계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중국 양자 기술의 위협 수준을 명시적으로 경고했다. 이번 20억 달러는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응답에 해당한다.

둘째, IBM 중심의 양자 파운드리 생태계 형성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양자컴퓨팅 시장의 경제적 가치는 2040년까지 최대 8,5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지금은 그 시장의 인프라를 누가 먼저 장악하느냐를 결정하는 구간이다.

투자 관점에서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미국 퀀텀 주식의 경우, 소형 순수 플레이 기업(RGTI, QBTS 등)은 단기 급등 후 되돌림 변동성이 매우 크다. 정부 지원 수혜 기대가 실제 매출로 연결되기까지 3년 이상이 필요한 만큼, 포트폴리오 편입 비중은 전체의 5%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IonQ처럼 실제 매출 성장세가 수반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선별하는 접근이 유효하다.

국내 관련주는 뉴스 발표 직후 테마 수급이 붙는 단기 구간을 지나면 실적 공백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신규 진입보다는 현재 포지션 보유자라면 단기 차익을 일부 실현하고 관망하는 전략이 안전하다.

중장기 관점에서는 IBM이 가장 안정적인 포지셔닝을 갖고 있다. IBM은 2,500개 이상의 양자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양자 부문에서 2017년 이후 누적 10억 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는 등 양자 섹터에서 유일하게 수익이 실현되는 단계에 진입해 있다. 퀀텀 섹터에 장기 노출을 원한다면, 투기적 소형주보다 IBM을 코어로 삼는 접근이 리스크 대비 수익 측면에서 더 합리적이다.

오늘의 한줄

"미국 정부가 양자 기술의 '주주'로 등판하며 본격적인 안보 자산화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양자 파운드리의 완성과 오류율 극복은 자본만으로 시간을 살 수 없는 혹독한 엔지니어링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