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막 속에 들어간 수십억 달러어치 AI 칩
메타가 미국 오하이오와 테네시의 데이터센터 부지에 영구 건물이 아닌 거대한 산업용 천막을 세우고 그 안에 AI 칩을 채워 넣고 있다는 사실이 위성사진과 시 건축 허가 문서를 통해 6월 4일 확인됐다. 한 동당 약 1만2천㎡ 규모의 천막 다섯 개가 4월부터 6월 사이에 완공됐는데, 기존 콘크리트 건물이 2~3년 걸리던 공정을 3개월로 압축한 것이다. 한 장에 수만 달러짜리 칩을 천막에 넣는 이 선택은 비용 절감 그 이상을 말한다. AI 경쟁의 진짜 병목이 반도체 수급이 아니라 '전력을 언제 끌어올 수 있느냐'로 옮겨갔다는 신호다.
핵심은 천막이 아니라 '계통을 우회한 자가발전'이다
기술적으로 주목할 지점은 건축 방식이 아니라 전력 조달 방식이다. 메타의 오하이오 캠퍼스는 공용 전력망에 연결하지 않고, 부지 옆에 윌리엄스가 지은 200MW급 가스발전소 두 기, 총 400MW 규모의 '비하인드 더 미터(behind-the-meter)' 자가발전으로 가동된다. 데이터센터는 2년이면 짓지만 송전망 계통 확충에는 3~7년이 걸린다. 빅테크는 이 시차를 견디지 못하고 가스터빈·연료전지 같은 자체 발전 설비를 직접 깔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의 xAI가 모듈형 가스터빈으로 단기간에 데이터센터를 돌린 방식이 업계 표준처럼 번지는 중이다.
함의는 분명하다. 그동안 AI 전력 테마의 중심이 송배전(변압기·개폐기)이었다면, 이제 무게추가 '발전 설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혜주: 변압기에서 가스터빈·원전으로 넓어지는 전선
글로벌 측면에서는 가스터빈 제조사인 GE 버노바, 지멘스 에너지, 모듈형 발전을 공급하는 캐터필러가 직접적인 수혜 축이다. 메타 주가는 약 145조 원 규모의 설비투자 부담에 올해 5%가량 하락했지만, 발전·전력 인프라 공급사는 오히려 수주 가시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국내로 좁히면 결이 다른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 이번 뉴스의 새 각도에 가장 직접적으로 닿는 종목은 두산에너빌리티다. H급 대형 가스터빈을 독자 기술로 국산화했고, 2026년 1분기에만 북미 데이터센터용 가스터빈·스팀터빈으로 약 2조8천억 원을 수주했다. SMR 주기기 제작 능력까지 더해 '자가발전' 테마의 국내 대표주로 묶인다. 둘째, 기존 송배전 축인 전력기기 3사(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다. 자가발전을 하더라도 서버용 전압으로 낮추는 변압기는 여전히 필요하고, 리드타임이 3~4년까지 늘어난 공급자 우위 시장이다. 다만 1년 넘게 달려온 만큼 신선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셋째, 연료전지·송전 케이블 등 2차 파생주다. 자체 발전 확대는 두산퓨얼셀 같은 연료전지주와 장거리 송전 케이블주에도 온기를 줄 수 있다.
다만 이 국내 연결고리는 메타와의 직접 공급계약이 아니라 테마적 수혜에 기반한 추론이다. 실제 납품 실적은 IR·공시로 교차 확인한 뒤 접근하는 편이 안전하다.
전망과 대응: 촉매인가, 자본지출 피로의 신호인가
이번 뉴스는 양면적이다. 한쪽에서는 AI 전력 슈퍼사이클의 강력한 증거로 읽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메타가 천막과 비용 절감에 나선 배경 자체가 145조 원 설비투자에 대한 월가의 부담 표시였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된다. 발전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지만, 그 수요를 만드는 빅테크의 자본지출은 수익성 검증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는 긴장이 공존한다.
대응은 종목의 위치에 따라 갈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성장성은 뚜렷하나 예상 PER이 한때 160배까지 오를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이 누적된 구간이라, 신규 진입이라면 분할 매수와 조정 시 비중 확대가 변동성을 줄인다. 이미 크게 오른 전력기기 3사는 추격보다 실적 발표 전후의 변동성을 활용한 비중 조절이 현실적이다. 발전 설비로 무게추가 옮겨가는 흐름이 확인된다면, 송배전 중심 포트폴리오 일부를 발전·연료전지 쪽으로 순환시키는 리밸런싱도 선택지가 된다. '전력'이라는 큰 방향은 유효하되, 그 안에서 어느 하위 섹터에 무게를 두느냐가 올해 하반기 수익률을 가른다.
